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규현 - 여전히 아늑해


벌써 새 계절

어느 사이 싸늘해진 밤공기

어떠니 건강히 지내니

집 앞을 걷다 또 네 생각이 나


아파야 맞는 건데

사람 맘이 신기하지

이렇게 널 떠올릴 때마다

난 말이야

아픈 채로 참 반가워


날 바라보던 너

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너

그러다 활짝 웃던 너

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

너의 기억 위에

나를 기대본다


숨 쉬듯 익숙해

오래된 소파에

온몸을 맡긴 것처럼

너를 생각하면

여전히 아늑해


문득 궁금해져

너도 가끔 내 생각이 나는지

그럴 땐 어떤 표정일지

별것도 아닌 시시한 생각들


잊어야 좋을 텐데

사람 맘이 이상하지

이렇게 너를 떠올릴 때면

정말 다 잊혀질까 봐 겁이 나


날 매만지던 너

가볍게 나에게 안기던 너

어느새 눈을 감던 너

어느 것도 버리기 힘든

우리 시간들이 나를 감싸온다


그걸로 따스해

담요처럼 포근한

그때 그곳 우리 둘

너를 간직하는 일이

내겐 지우는 일보다

늘 쉬워서


한 순간도 널 잊지 못하는 나

숨 쉬듯 익숙해

사랑했던 기억에

나를 맡길 때 마다


여전히 아늑해

아늑해서 아파